813. 57g 짜리 단세포

2022. 10. 14. 14:25수학,과학,공학

내 아이가 볼 만한

2016-04-06 17:01:08


달걀은 살아있는 단세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시시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보나마나 창조론자들은 닭이 먼저고, 진화론자는 달걀이 처음이다. 달걀 하나의 무게는 57그램이 기준이다. 겉의 달걀껍데기와 안에 있는 두 겹의 얇은 알 막과 흰자위까지 합쳐 모두가 세포막에 해당하고, 노른자위(난황)가 세포질이며, 노른자의 양쪽에 알 끈이 붙어있어서 항상 위로 자리를 잡는 배반(, germinal disc)이 핵에 해당한다. 달걀표면에는 7,000여 개의, 눈에 안 보이는 작은 홈이 그득 있다. 표면적을 넓게 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덧붙이면, 뭉뚝한 쪽에 있는 공기집(그러므로 달걀을 냉장고에 보관 할 때는 뭉툭한 부분이 위로 가게 세움)에는 공기가 들어있고, 양분을 산화하여 에너지를 낸다. 그러므로 오래된 달걀이면 일수록 내용물이 점점 줄어들어 안이 비어 꿀렁인다. 그래서 삶은 달걀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것은 오래된 알이요 잘 까지지 않는 것은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을 삶은 다음에 너나 할 것 없이 찬물에 식힌다. 왜? 어떤 노른자는 샛노란데 어떤 것은 거무스레한 것이 푸르스름하다. 후자는 달걀노른자에는 들어있는 철분(Fe)과 황(S)이 37℃ 근방에서 황화철(FeS)이 된 탓이다. 결국 찬물은 철과 황의 결합을 막아서 노른자가 제 색을 내게 된다. 어라! 달걀에 화학이 숨어있었구나!?

달걀을 깨뜨리면 노른자에 붙어있는 알끈을 볼 수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 발상의 전환?

'콜럼버스의 달걀'이야기도 이미 고정관념이다. 달걀도 그냥 세울 수 있다.

마지막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벗들에게 뻐기고 있었지만 동무들은 퉁명스런 반응을 보인다. 화가 난 콜럼버스는 옆에 있던 달걀 하나를 치켜들어 친구에게 그걸 세워보라 한다. 그가 못 세우자 확 빼앗아 책상 위에 탁! 깨어 세웠으니, 이것이 발상 전환의 예로 드는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탓에 아무도 달걀을 세워보려 들지 않는다. 달걀은 실제로 잘도 선다. 12시간에 429갠가를 세운 것이 세계기록이다. 믿음과 끈기로, 열 손가락으로 오긋이 감싸 쥐고 세워 볼 것이다. 정신일도 달걀세우기! 오뚝 서있는 달걀에서 더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무릇 창조는 선입관의 타파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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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생물의 죽살이], [꿈꾸는 달팽이], [인체 기행] 등이 있다.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 대학민국 과학 문화상(2008) 등을 수상했다.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