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4. 16:44ㆍ수학,과학,공학
건강
2016-08-19 13:09:06
<출처 : 셔터스톡>
인간은 발정기를 잃어버렸는가?
“아빠, 저 원숭이 엉덩이가 왜 저래? 어디 아파?” 동물원에서 망토개코원숭이들을 구경하는데 아이가 물었다. 발정기(estrus)를 맞은 어느 암컷이 꽈리처럼 시뻘겋게 부푼 생식기 외음부를 푸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픈 게 아니라 수컷의 사랑을 얻기 위한 신호라고 에둘러 답해주었다. 그때, 격렬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재미없네. 이제 딴 데 가자.” 아내가 아이의 손을 황급히 잡아끌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다 알다시피, 대다수 포유류 암컷들은 발정기를 치른다. 발정기는 배란하기 바로 며칠 동안 수컷의 성적 접근을 받아들이거나 성관계를 먼저 찾는 성향이 매우 증가하는 시기다. 암컷은 오직 이 발정기에만 자식을 낳고자 성관계를 맺는다. 영장류는 물론 포유류에 속하지만, 사뭇 예외적이다. 여우원숭이, 안경원숭이가 속하는 원원류(原猿類)는 고양이처럼 뚜렷한 발정기가 있다. 원숭이와 유인원이 속하는 진원류(眞猿類)는 발정기가 아닌 시기에도 적어도 며칠은 성관계할 수 있다.
인간은 심하게 예외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촌인 침팬지와 보노보에 견주어 보면 인간의 성애가 참으로 유별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인간 여성은 성기 외음부를 벌겋게 부풀려 자신이 배란 중임을 널리 광고하진 않는다. 특수한 의학 도구를 쓰지 않으면 여성 자신도 배란 여부를 모른다. 반면에 침팬지와 보노보 암컷은 자신이 배란 중임을 적극적으로 광고한다.
둘째, 인간 여성은 평균 28일의 배란주기에서 배란 5일 전부터 당일까지 약 6일간만 임신할 수 있지만, 배란주기 어느 시점에서나 꾸준히 성관계를 맺는다. 심지어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임신 중에도 성교할 수 있다. 야생 상태의 침팬지와 보노보의 경우, 대부분의 성관계는 (70~90퍼센트) 성기 외음부가 크게 팽창한 시기에 집중된다.1) 한 연구에서는 네팔, 르완다 등 13개 개발도상국의 여성 약 2만 명을 상대로 남편과 가장 최근에 부부관계를 맺은 시점을 조사했다. 월경 때를 제외하면,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빈도는 배란주기 내내 별 차이가 없었다.2)
배란을 꼭꼭 숨긴다. 배란주기 내내 성교한다. 이 두 가지는 인류가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진 후에 진화한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 주목받았다.3) 인간은 발정기가 사라진 바람에 번식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맹랑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인간은 배고프지 않을 때도 먹고, 목마르지 않을 때도 마시고, 일 년 내내 사랑을 나누는 유일한 동물이다.’라고 했다. 다른 유인원과 원숭이도 비(非)발정기에 성교하긴 하지만, 인간은 성관계 빈도가 배란주기 내내 비슷하다는 점에서 몽테스키외는 큰 틀에서 옳았다.
그러나 인간 여성은 발정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발정기는 암컷이 배란을 숨기는 시기가 아니라 암컷이 성관계를 받아들이거나 먼저 찾는 성향이 급증하는 시기로 정의된다. 여성이 배란주기 내내 성교한다는 사실이 여성의 성적 관심과 배우자 선호가 배란주기 내내 일정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발정기가 뜻하는 바 그대로, 여성의 성적 관심이 배란주기에 걸쳐 적응적으로 크게 달라짐을 보여주는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자. 이는 진화적 시각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발견들을 끌어내는 유용한 길잡이임을 특히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성의 성욕은 배란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여성은 비가임 기간에도 가임 기간과 비슷한 빈도로 성관계한다. 따라서 여성의 성적 관심은 배란주기 내내 일정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꼭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유인원과 원숭이 암컷도 발정기가 아닐 때도 수컷의 추근거림을 받아들여 교미하곤 한다. 그러나 발정기가 아닐 때 암컷이 먼저 수컷에게 다가가서 아양을 떠는 일은 매우 드물다.4)
실제로 인간 여성들이 섹스에 관심을 두는 정도는 배란주기에 걸쳐 달라짐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 정상적으로 배란하는(즉,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성은 배란이 임박하면 성욕이 강해진다고 대답한다. 혹시 종이에 연필로 끄적댄 설문조사 결과는 못 믿겠다고 생각하시는가?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 참가자들에게 야한 동영상을 시청하게 한 뒤 소음순 온도를 측정하여 생리적인 흥분 정도를 조사했다. 가임기를 맞이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야한 동영상에 생리적으로 더 흥분했다[이하 ‘가임기(fertile phase)’는 배란 전부터 당일까지 약 6일간의 기간을, ‘비가임기(non-fertile phase)’는 성관계를 해도 수정되지 않는 나머지 약 22일의 기간을 말한다].5) 또한, 원빈이나 송중기처럼 훈남 연예인의 사진을 보면 가임기 여성들은 가임기가 아닌 여성들보다 눈의 동공이 더 커진다.6)
배란주기
남성의 벗은 몸을 보았을 때의 반응도 배란주기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누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짜다(여자들이 남자의 노출을 속으로는 즐기리라 착각해서 핫팬츠와 민소매 티셔츠를 굳이 애용하는 남자가 주변에 있다면 이 사실을 전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가임기가 된 여성들은 남성의 벗은 몸 사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비가임기보다 상승한 것이 뇌파검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어린아이 사진이나 여성이 머리칼을 다듬는 사진에 대한 여성들의 정서적 반응은 가임기건 비가임기건 별로 다르지 않았다.7)
이처럼 초창기 생리심리학자들은 여성이 성욕을 느끼는 정도가 배란주기에 걸쳐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 과학 이론에서 먼저 도출된 예측을 검증하기보다는 과연 배란주기에 따라 성욕의 수준이 같은지 아니면 다른지 일단 탐구해보자는 식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진화심리학자들이 여성 성욕의 크기뿐만 아니라 여성이 선호하는 상대 남성의 특질이 배란주기에 걸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해주는 가설을 내놓으면서 이 분야는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혁명을 일으킨 주동자는 ‘배란 전환(ovulatory shift)’ 가설이었다.
배란 전환 가설 : 가임기에는 유전적 이득을 줄 남성에게 더 끌린다
1998년, 뉴멕시코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랜디 손힐(Randy Thornhill)과 스티븐 갱지스태드(Steven Gangestad)는 배란주기 상에서 여성이 가임기가 되면 단순히 성욕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선호하는 남성의 특질도 선택적으로 변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8) 특히 여성은 가임기가 되면 자식에게 유전적 이득을 줄 수 있는 남성과의 일시적 성관계를 더욱 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찬찬히 들어보자.
첫째, 지난 회에 살펴보았듯이, 자식에게 유전적 이득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적이고 따뜻하고 자식을 잘 돌보는 아버지가 될 남성은 매우 드물다. 이른바 ‘순정 마초남’은 로맨틱 드라마에만 있다. 뭇 남성들을 제압하여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고, 자신만만하고 근육질인 마초남은 현실 세계에서는 대개 바람둥이다. 가령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호날두의 여성 편력은 유명하다. 인류가 진화한 먼 과거 환경에서, 유전적 이득을 제공하리라는 단서가 없는 남편 혹은 남자친구를 둔 여성은 그러한 단서를 지닌 남성과 짝외성교를 함으로써 자식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줄 수 있었다.
둘째, 외간 남자와 일시적 성관계를 시도하는 여성은 남편 혹은 남자친구로부터 폭력을 당하거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잠재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셋째, 유전적 이득을 얻고자 남편 혹은 남자친구 몰래 짝외성교를 하려는 여성이 하필 비가임기에 거사를 결행한다면 얻을 이득은 전혀 없이 비용만 고스란히 치르게 된다. 따라서 여성은 배란주기 상에서 약 6일간의 가임 기간이 되면 자식에게 유전적 이득을 줄 수 있는 남성을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서 더 선호하게끔 진화했을 것이다.
배란 전환 가설은 여성들이 일시적 성관계를 하는 유일한 목적이 자식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여성들은 고액이나 명품 가방 같은 물질적 자원을 얻고자, 혹은 미래의 남편감으로 적합한지 판단하고자 일시적 성관계를 한다. 유전적 이득을 얻기 위한 하룻밤 정사의 경우, 배란주기에 따라 여성의 성적 관심이 선택적으로 달라지리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즉, 정상적으로 배란하는 여성은 가임기가 되면 유전적 이득을 뜻하는 단서를 지닌 남성을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 더 선호하리라고 이 가설은 예측한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을 남편감으로서가 아니라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 평가할 때만(즉, 얼마나 믿음직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섹시한지 물었을 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이미 있어서 짝외성교에 따르는 잠재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여성들에서 변화가 더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9)
남성적인 신체에 대한 선호는 비가임기 때보다 가임기 때 더 높은데, 일시적 성관계 상대에 대해서만 선호의 차이가 발견된다. (출처 : Little, A. C., Jones, B. C., & Burriss, R. P. (2007). Preferences for masculinity in male bodies change across the menstrual cycle. Hormones and Behavior, 51(5), 633-639. doi:10.1016/j.yhbeh.2007.03.006)
요컨대, 배란 전환 가설은 상당수의 여성이 남편과의 장기적인 결합을 통해 자녀를 키우면서 가임기에는 우수한 유전적 자질을 갖춘 외간 남성과 혼외정사를 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한다고 본다.
배란주기에 따라 여성의 배우자 선호가 변화하는 양상
배란 전환 가설에서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바라는 모든 특질 - 따뜻함, 아기를 잘 돌봄, 친절함 등을 모두 포함하는 - 에 대한 선호가 가임기가 되면 높아진다고 예측하지는 않음에 유의하시라. 자녀에게 우수한 유전적 자질을 물려주리라는 단서가 되는 남성 특질에 대해서만 가임기에 선호도가 높아지리라고 예측한다. 배란 전환 가설로부터 그동안 이루어진 발견들을 살펴보자.
첫째, 남성적인 얼굴에 대한 선호다. 지난 회에 언급했듯이, ‘비싼’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프가이 얼굴은 그 사람의 유전적 자질이 우수함을 암시한다. 남성 얼굴을 컴퓨터로 변형시켜 아주 남성적인 마초남 얼굴과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여성적인 순정남 얼굴을 참여자들에게 제시하고 어떤 얼굴이 더 섹시한지 물었다. 가임기가 되면 마초남 얼굴을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아졌다. 반면에 남편감으로서의 선호는 배란주기에 따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10) 또 다른 세 개의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11)
참 재미있다. 그런데 약간 김새는 말을 하자면, 2014년에 발표된 두 최신 연구에서는 가임기가 되었다고 해서 여성들이 마초남 얼굴에 특별히 더 이끌리진 않았다.12)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중에 다시 다루겠지만, 예측과 어긋나는 이 결과는 배란 전환 가설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붙였다.
둘째, 남성적인 신체와 목소리에 대한 선호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남성의 가슴, 팔, 어깨 등 주로 상체에 있는 근육량을 늘려서 역삼각형 몸매를 만든다. 배우 소지섭이나 권상우처럼 어깨가 딱 벌어진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을 힘으로 쉽게 물리칠 수 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은 배우 김명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남성의 목소리를 낮고 묵직하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성 신체나 목소리는 그 사람이 우수한 유전적 자질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가설이 내놓는 예측은 실제로 확인되었다. 정상적으로 배란하는 여성들은 가임기가 되면 동굴에서 울리는 것처럼 목소리가 낮거나 몸매가 역삼각형인 남성을 일시적 짝짓기 상대로 더 선호했다. 남편감으로서의 선호는 가임기건 비가임기건 차이가 없었다.13)
셋째, 다른 남성들을 지배하는 남성적인 행동에 대한 선호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고, 다른 경쟁자를 면전에서 험담할 정도로 경쟁적인 성향을 만든다.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출연자 강호동이 툭하면 동료들에게 윽박지르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예측대로, 여성들은 가임기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찍어 누르는 자신만만한 남성을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 더 선호했다. 남편감으로서의 선호는 배란주기에 따라 변함이 없었다.14)
남성적인 행동에 대한 선호 (출처 : Gangestad, S. W., Simpson, J. A., Cousins, A. J., Garver-Apgar, C. E., & Christensen, P. N. (2004). Women’s preferences for male behavioral displays change across the menstrual cycle. Psychological Science, 15(3), 203-207. doi: 10.1111/j.0956-7976.2004.01503010.x)
넷째, 몸에서 나는 냄새에 대한 선호다. 어떤 사람의 몸이 대칭적이면 그 사람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이기고 안정적으로 발달하는 유전적 자질이 뛰어남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은 겨드랑이의 땀샘에서 분비되는 여러 개의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분적으로 알려진다.
한 연구에서는 42명의 남학생을 모집해 좌우 팔꿈치, 손목, 손가락, 발목, 귀 등 10곳의 대칭도를 측정했다. 이들에게 흰 티셔츠를 주고 이틀간 입게 했다. 이 기간에 술, 담배, 성관계, 향수 사용, 샤워 등은 절대 금지했다. 이틀 후, 티셔츠를 수거하여 비닐 주머니에 넣었다. 한편, 28명의 여학생 평가단을 구성해 각 티셔츠에서 나는 냄새를 일일이 맡게 했다. 각각 얼마나 ‘상쾌하고’, ‘섹시한지’ 평가하게 했다(물론 어느 티셔츠의 냄새가 그나마 덜 지독한지 묻는 게 맞지 않냐고 황당해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예측대로 약 6일간의 가임기를 맞이한 여성들은 비가임기의 여성들보다 신체가 대칭적인 남성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더 선호했다.15)
2013년 베를린에서 열린 페로몬파티의 한 장면 며칠 동안 입은 티셔츠에 배인 체취를 맡아 자기가 끌리는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이벤트다. <출처 : 연합뉴스/EPA/Rainer Jensen>
요컨대, 정상적으로 배란하는 여성은 가임기가 되면 우수한 유전적 자질의 단서를 지닌 남성에게 단기적 짝짓기 차원에서 더 이끌린다는 예측은 50편 이상의 실험 연구를 통해 대부분 확인되었다. 주목할 만한 예외는 남성적인 얼굴에 대한 여성 선호의 전환이 최근에 행해진 두 연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의 모든 배우자 선호가 가임기에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까다롭게 배우자를 고르는 까닭이 순전히 간접적인 유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물질적인 자원을 제공하거나, 자식을 잘 돌보거나,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남성을 택함으로써 여성은 평생 낳는 자식 수를 늘리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대개 남성들로부터 바라는 10개의 형질 - 똑똑함, 친절함, 경제적인 전망이 밝음, 좋은 아빠가 될 자질이 있음, 성적으로 충실함, 사회적 영향력이 큼, 신체적 매력이 큼, 근육질임, 다른 남성 경쟁자들과 강하게 부딪힘, 오만하고 여유만만함 - 에 대한 선호가 배란주기에 따라 달라지는지 조사했다.16)
그 결과, 여성에게 직접적 이득을 주는 단서가 되는 형질(똑똑함, 친절함, 경제적인 전망, 좋은 아빠가 될 자질)에 대한 선호는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나 남편감으로나 배란주기에 걸쳐 변함이 없었다. 우수한 유전적 이득을 주는 단서(사회적 영향력, 신체적 매력, 근육질, 다른 남성 경쟁자들에 대한 지배, 자신만만함)를 지닌 남성을 남편감이 아니라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 선호하는 정도는 가임기가 되면 더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성의 성적 충실성에 대한 선호였다. 일시적인 성관계 상대로 오직 한 여자에게만 일편단심인 남성을 선호하는 성향은 비가임기 때보다 가임기가 되면 오히려 더 떨어졌다. 대쪽같이 정절을 지키는 남성은 남편감으로서야 훌륭하지만, 자식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줄 혼외정사 상대로서는 부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시적인 성관계 상대로 일편단심인 남성을 선호하는 성향은 가임기가 되면 약해진다. <출처 : 셔터스톡>
인간은 발정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정리하자. 인간은 발정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여성이 남성의 성적 접근을 받아들이거나 먼저 성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은 여전히 배란주기에 걸쳐 선택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창기 성심리학자들은 여성의 성욕 수준이 가임기가 되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여성이 가임기가 되면 성욕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유전적 이득을 줄 수 있는 남성에게 일시적 성관계 상대로서 더 이끌리는 식으로 배우자 선호도 변한다는 진화적 가설이 제안되었다. 이 가설이 예측하는 대로, 남성적인 얼굴, 남성적인 목소리나 신체, 지배적인 행동, 대칭적인 남성의 냄새 등에 대한 선호가 배란주기에 걸쳐 전환됨이 확인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몇몇 연구들이 예측에 반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격렬한 논쟁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배란 전환 가설 외에 다른 대안 가설들도 새로 나오고 있다.17) 배란 전환 가설이 좀 더 유연하게 수정된 대안 가설로 대체될 수도 있겠지만, 이 가설을 통해 새로 얻어진 신선한 발견들은 여전히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진화심리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여성의 발정기이다. <출처 : 셔터스톡>
오늘은 요즘 진화심리학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핵심 주제, 즉 여성들이 배란주기에 맞추어 일시적 성관계를 성공적으로 맺게 해주는 심리적 적응을 알아보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종종 여성은 한 남자에게만 평생을 바치게끔 진화했다는 성차별적 담론을 퍼뜨린다며 비난받는다. 정반대로, 여성의 발정기는 현재 진화심리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이쯤 되면 여성이 다수의 남성과 자유롭게 성관계하는 세상을 앞당기려 노력하는 매우 진보적인(?) 과학이라는 칭찬도 기대할 만하다. 아니다. 그런 칭찬은 어불성설이다. 설명은 정당화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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