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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7 10:07:21
[박차장-공 대리②]'간악한 소인' 지탄받는 황희-"다 안다"는 세종
앞선 이야기 속 박 차장이 공 대리 때문에 답답해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공 대리가 꼼꼼한 면이 부족하다는 점에 집중하고 이를 개선시키려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리더들이 박 차장과 비슷한 선택을 한다. 문제가 보이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적용해보는 식이다. 어쩌면 박 차장은 공 대리에게 계속 피드백을 주다가 해도 해도 안 된다는 판단이 들면 TFT에서 제외시키는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강점에 집중하라
현명한 리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공 대리가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다. 팀십을 발휘하는 리더라면 공 대리가 원래 기획력을 인정받아 TFT에 합류하게 된 사실을 인지하고 이러한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업무를 맡길 것이다.
조선의 명재상으로 꼽히는 황희 정승
그런 점에서 조선의 세종은 현명한 리더였다. 우리에게 대표적인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 그런데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달리 공식 기록에 나타나는 황희의 모습은 정반대다. 조선왕조 <세종실록>에 보면 황희의 부정부패를 노골적으로 고발하는 내용이 나온다. 세종과 황희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추가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황희는 뇌물 수수에 간통 혐의까지 있었다.
사실 그는 태종 때부터 ‘간악한 소인’으로 지탄받았던 터라 많은 신하들이 중용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세종은 “그의 단점은 내가 다 안다. 단점은 막고 장점만 드러나게 하겠다”며 그를 중용했다. 황희의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 리더십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세종이 없었다면 영의정 18년을 지낸 조선의 ‘명재상’ 황희도 없었을 것이다.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기법 중에서 A.I.(강점 탐구/ Appreciative Inquiry)란 것이 있다. 기존의 문제해결 접근법, 즉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해 보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집중해 긍정적인 발전 방향을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어떤 문제점을 개선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어떤 강점을 개발해야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까”를 질문한다.
미국의 포드가 서비스센터 문제를 해결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포드는 자사 서비스센터의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해 늘 고민이었다. 서비스 수준이 낮은 직원 1명으로 인해 평균 3명의 고객이 이탈했는데 그런 직원은 CS교육을 시켜도 고객 응대가 별로 나아지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놓일 경우 대부분의 리더는 대체 왜 그런 건지 원인을 파악하는 데 노력을 쏟을 것이다. CS교육과정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혹은 직원마다 교육 집중도가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를 고민하는 식이다.
포드는 이 문제를 다르게 풀었다. 고객 응대 역량이 뛰어난 고성과 직원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를 들여다봤다. 그들을 인터뷰해 CS교육이 성과에 반영된 성공 포인트를 잡아내고 그것을 표준화시켜서 적용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고객불만 처리 시간이 23%나 줄고 고객의 만족도는 38%나 높아졌다.
문제해결 접근법이 결코 ‘잘못된 방식’이라는 건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이 변화∙혁신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고 개선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점 탐구라고 해서 강점만 보고 약점은 쿨 하게 ‘무시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강점 탐구는 강점에 집중해 이를 극대화하되 약점은 ‘관리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갈고 닦아야 할 ‘공통 역량’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강점만 독려한다는 것은 분명 난센스다.
다만 팀 간 협업 시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단기간에 성과를 창출해야 하므로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찾아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줌으로써 약점을 보완해 나갈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떠올려보자. 한국에 4강 신화를 안겨줬던 드림팀이지만 실상 ‘문제 선수’ 집합체였다. 단점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미드필더인 김남일은 볼터치와 패스능력이 약했고 스트라이커 안정환은 급격한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미드필더 송종국은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고 골키퍼 이운재는 체중 관리가 안돼 순발력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그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눈여겨봤다. 김남일은 한국 선수 중 드물게 모험적이고 적극적 플레이에 강했다. 안정환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승부사였다. 송종국은 단일 월드컵 최장시간 출전 세계기록(687분)을 가지고 있을 만큼 체력과 지구력이 좋았고 이운재는 진중하고 무게가 있어 경기 전반을 컨트롤하는 힘을 가졌다. 히딩크의 강점 중심 리더십이 있었기에 4강 신화는 가능했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강점이 없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런 생각이 들면 피터 드러커의 말을 떠올려라. “많은 회사들이 직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용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지닌 장점 때문이다. 조직의 목적은 사람의 장점을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다.” 직원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해야 하는 건 리더의 덕목이자 책임이다.
[박차장-공대리③]라파엘 퍼칼을 다저스에 남게 만든 '낡은 소방차 한 대'
‘정서적 감동(EV∙Emotional Value)’을 높여라
2000년대 초중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 중 하나였던 라파엘 퍼칼. 그는 2000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받은 이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LA 다저스에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며 이름을 날렸다. 2008 시즌을 끝내고 자유계약선수가 된 퍼칼은 자신이 처음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강한 러브콜을 받았다. 친정으로 이적을 결심했던 퍼칼. 그런데 그는 계약 직전 갑자기 진로를 틀어 다저스에 잔류하기로 결정한다.
심경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거액의 돈을 제안받은 걸까? 아니다. 다저스와의 계약은 3년에 3000만 달러로 브레이브스보다 낮았다. 그럼 이유가 뭘까? 다저스가 앞으로의 비전과 그의 역할을 보여주면서 동기부여를 잘해서일까? 아니면 그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해서 야구선수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한 걸까?
답은 모두 아니다. 어이없게도 낡은 소방차 한 대가 이유였다. 퍼칼의 고향은 도미니카공화국의 로마 데 카브레라(Loma de Cabrera)라는 곳이다. 아이티에 인접한 이 작은 마을의 인구는 6000명 수준이다. 그는 고향 사람들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방망이 하나로 고향 사람들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가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러 고향에 갔다가 화재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소방차가 없어서 소방대원들이 픽업트럭에 물통을 싣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바로 이 점을 공략했다. 어렸을 때 소방관이 되는 게 꿈이었던 퍼칼에게 '고향에 소방시설을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을 계약조건으로 내걸었다. 퍼칼은 "다저스가 나와 내 고향을 정말로 생각해주고 있다고 느꼈다"며 그의 마음이 다저스로 선회한 이유를 밝혔다. 사실 다저스는 LA 다저스 스타디움 근처 소방서로부터 낡은 소방차 한 대를 지원받아 퍼칼의 고향으로 운송하는 데 드는 경비를 대고 조작법을 가르칠 소방대원을 파견하는 정도의 노력을 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얼핏 별 거 아닌 노력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퍼칼이 가진 가장 약하고 소중한 부분, 즉 고향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준 결과 다저스는 그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정서적인 감동(EV∙Emotional Value)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내 팀 간 협업에서도 정서적인 터치가 중요하다. TFT는 일회성으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참여하는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지기 어렵다. 특히 리더의 경우 권한과 보상의 수단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하고 싶게끔 동기부여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이 바로 감성 터치다.
감성 터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앞선 이야기 속 박 차장도 나름대로 공 대리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는데 왜 별 효과가 없었을까? 박 차장과 공 대리의 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요새 와이프랑은 잘 지내고?” “네?” “아, 아직 결혼 전이라 그랬나? 여자친구랑은 사이 좋지?” “네? 그게…” “아… 맞다. 헤어졌다 그랬었나? 언제 그랬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상사와 부하직원의 흔한 대화다. 실제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인사치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성이 없는 말은 어린 아이도 금방 알아챈다. 하물며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리더가 인사치레로 질문을 건넨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구성원의 상황이 정말 궁금해서 질문했다면 답변에 집중하고 나중에 기억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은 ‘우리 리더가 나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대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감성 터치와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강의를 들은 한 대기업 임원이 회식 때마다 수첩을 들고 앉아서 모두를 곤란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 나름대로는 워낙 잘 잊어버리니 직원들의 생각을 기억해 두기 위한 방법이었겠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녹취라도 당하는 기분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그럼 대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구성원이 한둘도 아니고 그들 모두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대화를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때는 다음 4가지만이라도 잘 정리해보자. 우선 구성원의 관심사를 장기냐 단기냐, 공적이냐 사적이냐라는 2개의 축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려보자.
구성원의 관심사별 관찰노트 작성을 위한 4가지 기준
장기적이고 공적인 관심사는 커리어 목표(CDP), 장기적이고 사적인 관심사는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 될 것이다. 단기적인 관심사 중 공적인 것은 현재 업무상 가장 집중 또는 고민하고 있는 것, 사적인 것은 취미나 기호가 된다. 리더로서 구성원마다 이 네 가지를 정리한 관찰 노트를 만들어둔다면 그들에게 정서적 감동을 주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물론 그런 관찰 노트는 구성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 줄 한 줄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협상과 리더십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생각, 감정, 동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뜻하는 관점전환(perspective taking)을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타인의 입장을 살피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향과 관심에 역점을 두겠다’와 같은 단순한 다짐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애정과 능력이 힘을 합칠 때 걸작을 기대해도 좋다.” 영국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이는 팀십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한다. 구성원의 강점들을 잘 살려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감성 터치를 통해 애정을 느끼게 한다면 정말 걸출한 팀 하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매거진 DBR
필자 이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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