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술혁신이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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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로 탄생한 쫀득한 치즈 샌드위치, 아마존의 스마트폰 실패한 사연 | 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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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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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3년 구글 글라스는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비싼 가격만큼 뛰어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 채 불편한 착용감과 조작 방식,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조롱을 당했다. 구글이 간과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술혁신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지 못하면 혁신적인 기술도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쫀득한 치즈 샌드위치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그릴드(Grilled) 치즈 샌드위치 / 출처 더 멜트 홈페이지

더 멜트(The Melt)는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주목받았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체인점이다. 창업자 조너선 캐플런Jonathan Kaplan은 비디오카메라 신기술을 인터넷 장비 업체인 시스코Cisco에게 5억 9000만 달러(약 6200억 원)에 판매한 대단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후 그는 '완벽하게 녹인 치즈'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와 협력해 토스터기를 만들었다. 이 기계는 온도, 시간, 압력을 계산한 뒤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45초 만에 쫀득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창업자의 명성과 혁신적인 기술 덕분인지 더 멜트는 2011년에 매장을 처음 열기도 전에 2500만 달러(약 264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캐플런은 5년 내로 미국 전역에 5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2011년 사업 초기 더 멜트 매장에서 사용했던 일렉트로룩스 토스터 / 출처 flickr

그렇다면 혁명적 기술로 만든 더 멜트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는 기존 샌드위치보다 훨씬 맛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일렉트로룩스의 토스터는 고장이 잦았고 효율성과 스피드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샌드위치의 맛과 질은 떨어졌다.

한 고객은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지도로 떠들썩한 기대를 만든 더 멜트였지만 정작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잊었다”고 말했다. 더 멜트에서 일했던 직원 또한 “기술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최대 약점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5년 내 500개 매장을 낸다는 초기 계획과는 달리 더 멜트는 창업한 지 6년이 지난 2017년까지 18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그쳤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아마존의 스마트폰
4.7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과 13메가 픽셀 카메라 등을 내장한 파이어 폰은 당시의 스마트폰과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 출처 아마존

고객 가치를 간과한 기업은 더 멜트뿐만이 아니다. 2010년 아마존은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CEO 제프 베조스는 프로젝트 팀에게 “소비자가 놀랄 만큼 특별하고 훌륭한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그들이 아이폰 대신 아마존의 스마트폰을 사도록 해라”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2014년, 아마존은 ‘파이어 폰(Fire Phone)’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

파이어 폰의 핵심 기능은 '동적 원근법(Dynamic Perspective)'과 '파이어플라이(FireFly)'였다. 동적 원근법 기술은 전방에 달려있는 4개의 120도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이미지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통해 비추는 이미지를 인식해 제품을 검색해주고,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도록 연결해주는 기능이다.  

휴대폰을 움직이면 화면 속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동적 원근법 기술 / 출처 아마존 UK 공식 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런 신기한 기능들이 과연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했을까?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기능이 "허울만 좋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심지어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조차 “실제로는 이 기능들이 고객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파이어 폰은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제품 출시 6주 만에 초기 가격이었던 199달러에서 단돈 99센트(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로 가격을 인하했지만 파이어 폰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파이어 폰은 13개월 만에 단종됐다. 아마존은 2014년 3분기에 4억 3700만 달러(4623억 원) 손실이라는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물론 더 멜트가 아직 망한 것은 아니다. 더 멜트는 현재 치즈 샌드위치 말고도 햄버거와 다른 메뉴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 출처 더 멜트 페이스북

아마존의 파이어 폰과 더 멜트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의 가치를 혁신하는 데 실패한 신기술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파이어 폰의 3D 효과 기술과 치즈를 알맞게 녹여주는 더 멜트의 기술은 잔재주에 불과했다. 이들은 고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기술혁신으로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는 데만 매달린다면 상업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첨단 기술 자체에 얽매인 나머지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술혁신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1호
필자 구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