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 캡틴Q

2022. 10. 21. 12:21일상

2020-10-20 15:59:06

알고보면 미국의 토종 술이었던 럼주 [명욱의 술 인문학]
이복진 입력 2020.10.17. 18:01 댓글 78개

 

자동요약

아직 위스키 등이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인 1980년.

당시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영국 해군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럼주였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이 싸웠던 상대가 영국 해군이었고, 그들이 늘 지참하던 술이 럼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탕수수를 이용한 럼주 대신에 옥수수를 베이스로 한 위스키, 미국을 대표하는 술인 '버번위스키'가 등장했다.


럼주는 해적의 술로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 식민시대와 얽힌 아픔이 있는 술이다. 사진은 국내 최초 럼주 스타일의 술 ‘캡틴큐’.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직 위스키 등이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인 1980년. 한국의 주류문화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술이 하나 등장한다. 드넓은 바다에 술잔을 든 애꾸눈의 해적과 카리브해를 주름잡는 해적선인 듯 보이는 배, 그리고 등장하는 술. 바로 ‘캡틴큐’(CaptainQ)다. 당시 광고에서는 캡틴큐를 럼(Rum)주라고 설명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럼주는 일부만 들어있고 나머지는 주정에 인공색소, 각종 조미료로 맛을 낸 술이었다.

그렇다면 럼주는 정말 해적의 술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해적이 마셨지만, ‘해적만’ 마시지는 않았다. 럼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 중 하나인 사탕수수 수액으로 만든다. 8세기 무렵 아랍 무역상들이 인도로부터 들여왔고, 10세기에는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재배했다.

 

이 사탕수수 재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바로 신대륙 발견 때문이었다. 사탕수수 재배에는 풍부한 햇빛과 따뜻한 기온, 많은 물이 필요하다. 이를 안 콜럼버스는 카리브해 아이티에 사탕수수를 심었다. 이후에 유럽 강대국들은 카리브해 서인도제도 주변에서 사탕수수를 본격적으로 재배했다. 설탕을 만들어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다. 설탕을 제조하고 남은 찌꺼기와 같은 당밀은 물로 희석하고 발효 및 증류 과정을 거쳐 럼주로 만들어졌다.

설탕을 많이 수출하다 보니 일손이 많이 필요했고, 일손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충당했다. 아프리카에서 서인도제도까지는 배를 사용했으며, 노예가 내리고 텅 빈 배에는 당밀이 담겼다. 이 당밀은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보내졌으며, 그곳에서 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그리고 럼주는 다시 유럽으로 보내졌고, 아프리카 노예 대금으로 지급됐다. 당시 럼주는 화폐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럼주의 종주국을 자처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독립전쟁과 연결된다. 당시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영국 해군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럼주였다. 하지만 도수가 너무 높아 군인들 사이에서 문제가 많이 생겼다. 이때 럼주로 과음한 상태를 ‘그로그’(grog)라고 불렀고, 이 용어는 나중에 권투시합에서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라는 뜻의 그로기(groggy)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미국은 식민지일 때 럼주를 많이 생산했지만, 나중에는 잘 만들지 않았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이 싸웠던 상대가 영국 해군이었고, 그들이 늘 지참하던 술이 럼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은 프랑스와의 7년전쟁을 통해 돈이 필요했고, 이에 서인도제도에서 가지고 오는 당밀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다. 1764년에는 당밀의 밀수입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 조례가 제정된 시점을 전후로 영국 본국과 미국 식민지의 대립이 심해졌고, 대립은 결국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사탕수수를 이용한 럼주 대신에 옥수수를 베이스로 한 위스키, 미국을 대표하는 술인 ‘버번위스키’가 등장했다.

참고로 럼주는 1970년까지 영국 해군을 대표하는 술이었다. 일례로 나폴레옹과의 트래펄가 해전에서 전사한 영국 제독 호레이쇼 넬슨의 시신을 럼주에 담가 본국으로 보냈다. 결국, 럼주는 유럽 열강의 식민지지배로 태어난 술이다. 암울한 시기에 태어났기에 단순히 ‘해적의 술’이라기보다는 좀 더 낭만적인 술일 수도 있겠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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