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 G2의 힘 겨루기 (1)

2022. 10. 13. 15:07Finance, Biz

FINANCE

2015-01-06 08:23:11


화무십일홍(). 사람들은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세계 경제 및 정치계의 지존에 오른 미국의 번영이 최소한 50년은 지속될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누린 번영의 호사는 막대한 자산 버블에 짓눌려 2008년 금융위기로 허무하게 끝났다. 그들이 누린 영광은 채 20년을 채우지 못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 한 트레이더가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일한 G1이었던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 덕에 미국은 여전히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한다. G1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 곧 미국의 몰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왕좌를 둘이 나누어 차지했다. 새롭게 열린 G2의 시대에 미국은 여전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바야흐로 G2의 시대다. 2015년은 G2, 즉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돈줄을 한껏 풀며 세계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이 다시 통화정책을 원상복귀시킬 경우, 즉 그것을 출구전략이라고 부르건 테이퍼링이라고 부르건 결국 미국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한다면 전 세계가 맞이할 경제적 변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여기에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이경촉정() 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정책도 세계 경제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G2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나라의 경제적 경쟁 구도도 2015년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미국의 거대 기업들을 사정없이 삼키며 경제 영토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제 패권을 둘러싼 G2의 힘겨루기” 편에서는 바야흐로 세계 경제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은 G2의 경쟁과 협조가 2015년 세계 경제 흐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바야흐로 G2(미국과 중국)의 시대이다.

섬세한 균형을 고민하는 미국

2013년 5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일명 ‘버냉키 쇼크’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스필오버(spillover)1) 효과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줄곧 돈줄을 풀어 경기부양 정책을 구사했는데, 이 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버냉키 쇼크는 당시 벤 버냉키(Ben Bernanke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에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신흥국가에서 자금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이른바 ‘테이퍼링 발작(tapertantrum)’이 일어났다. 연준은 2013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월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 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2012년 9월 시작한 3차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6년간 유지된 통화정책의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마침내 발효된 것이다.

버냉키 쇼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의 TV 화면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후 연준은 2014년을 ‘테이퍼링의 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모두 7차례의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했다. 그리고 10월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다. 한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제조업 부진, 신흥국의 정치적 리스크 확대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각 나라들이 이 속도에 적응하며 세계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았다.

미국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남은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양적완화를 통해 4조 달러 이상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축소할 것인가’, 나머지 하나는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이하 기준금리)를 어떤 과정을 통해 올릴 것인가’이다.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 중 하나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연준의 남은 출구전략을 ‘섬세한 균형 잡기(delicate balancing act)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급한 금융긴축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오랜 기간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 버블을 발생시키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UBS 투자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 발작’이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의 격노(rate rage)’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만큼 연준의 ‘섬세한 균형 잡기’는 2015년 세계 경제에 중요한 성패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본부 전경 <자료원: KOTRA 워싱턴 무역관>

연준의 자산 규모 확대에 따른 영향

2008년 11월부터 연준이 3차례에 걸쳐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연준의 총자산은 2007년 8,800억 달러에서 2014년 말 4조 3,000억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 덕에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연준이 모기지 담보증권을 사들이면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막아줬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비정상적인 자산을 보유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연준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준의 막대한 자산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연준은 아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은 보유 자산의 이자 수입으로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884억 달러와 777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미국 정부에 안겨줬다. 물론 금리가 인상되면 연준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준은 스스로 자산을 급격히 처분하지 않는 한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연준이 어느 정도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채무불이행 상태까지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이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의 자산을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두 번째 리스크는 연준 내에서도 자각하고 있는 정책의 효율성 문제이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을 사용한다. 금융기관들은 연준이 설정한 지급준비율(reserve ratio)에 따라 예금의 일정한 비율을 연준에 예치해 놓아야 한다. 이때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여유가 있는 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사용되는 금리가 바로 기준금리이다. 이렇듯 기준금리는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연준이 실효 금리를 설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금리가 목표 금리에서 벗어날 경우 연준이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조정하게 된다.

연준의 자산 규모가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기간 대량의 통화를 시중에 공급한 탓에 연준 내 미국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excess reserve) 규모가 2014년 중반 약 2조 6,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준비금이 이 정도로 불어나면 연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연준이 급하게 자산을 처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연준이 장기채권 및 모기지 담보증권을 팔아 치우면 풀린 돈줄 덕에 이제 겨우 자생력을 회복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연준의장이 2014년 6월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자산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William Dudley) 총재 역시 자산의 보유와 재투자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연준이 대규모 자산을 상당기간 보유할 경우 연준은 여전히 장기금리 및 모기지 금리에 지금과 비슷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분간 연준의 자산 규모는 현재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공>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자산 규모는 유지하되 실효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 연준은 다른 정책 도구를 시험가동했다. 바로 ‘1일물 역환매조건부약정(overnight reverse repo agreement)’이다. 역환매조건부약정은 연준이 채권을 금융기관에 팔고 일정기간 이후 정해진 가격에 되사는 약정을 말한다.

연준은 은행을 비롯해 뮤추얼펀드 등에 역환매조건부채권 1일물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단기 안전자산의 고정금리를 설정함으로써 실효 단기금리의 하한선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단기금리의 상한선은 지금과 같이 연준의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로 설정하게 된다. 옐런 연준의장은 이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연준이 당분간 자산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IMP은 2020년 이후에나 연준의 보유 자산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일까

2014년 미국 경제의 시작은 연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른 출발을 보였다. 겨울 동안의 이례적 추위와 폭설로 인해 민간소비 및 고정투자가 위축됐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더불어 중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했고 신흥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금이 대량 유출돼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결국 1분기 미국은 마이너스 2.1%의 성장을 기록하며 2011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GDP가 감소했다.

하지만 혹한 이후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 지난 9월에는 실업률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 이하로 떨어지며 5.9%를 기록하였다.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도 8월에 1.5%로 전년동기의 1.3%보다 상승하였다. 경기가 안정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대됐고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연준의 9월 FOMC 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 회의에 참여한 정책 결정권자 17명 중 14명이 2015년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FOMC 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연준 내부에서 인상 시기에 대한 의견 마찰이 공공연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달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국의 국채 전문 딜러(Primary Dealer)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역시 인상시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설문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기준금리 최초인상 시기가 2015년 2분기일 가능성을 28%, 3분기일 가능성이 23%로 예상했다. 즉 미국의 기준금리는 2015년 중반에 인상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언제일지는 확실치 않다. 이런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 당분간 불안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채 전문 딜러 기준금리 인상 시기 전망(시기별 최초 인상 가능성 평균) <자료원: 뉴욕 연방준비은행>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준의 목표에 예상보다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 인상이 재개되는 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연준이 1994년, 1999년, 2004년에 금리를 올릴 당시 S&P500 지수는 인상 전 12개월 동안 각각 11%, 21%, 18%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동향을 보면 미국 주식시장은 당시보다도 더 과열된 모습이다. 2013년 한해 S&P500 지수는 무려 32.3%의 상승률을 보이며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및 이라크 내전 격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상반기에 주가는 7% 올랐다. 미국의 경기 부양 기조에 따른 주식시장의 급등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버블 형성 우려를 연준에 제기하고 있다. 이 점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와 변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 <연합뉴스 제공>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찾아온 금융위기 탓에 주요 선진국들의 GDP는 2009년 –3.4%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신흥국들은 같은 해 평균적으로 3.1%의 성장세를 보였다. 선진국 보다 신흥국 경제가 선전()한 덕에 대량의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다.

하지만 2013년 발생한 버냉키 쇼크와 2014년 초 미국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및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은 자금 역류의 원인이 됐다. 신흥국 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렇듯 신흥국의 통화가치 및 금융시장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비관론자들 사이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1997~1998년의 외환위기를 재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IMF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기관은 ‘최근의 상황을 1997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1997년에 비해 대다수의 신흥국들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외채 비중도 1997년에 비해 높지 않다.

또한 연준 정책결정자들은 2015년 중 예상 기준금리 수준을 약 1~1.25%로 평가하고 있어 최초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상 폭이 적절하다면 금융 긴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며 그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 버냉키 쇼크와 2014년 초 통화가치 하락 때처럼 미국 통화정책 변동에 따른 파급효과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국가별 외국인 자산 보유 비중, 외환 보유고 규모, 무역수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준 역시 2014년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비슷한 지표를 이용해 신흥국별 취약성 지수(vulnerability index)를 산정한 바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를 미국 통화정책 변동에 노출이 심한 국가로 선정해 ‘5대 취약국(fragile 5)’으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국가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상수지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는 만큼 이들 국가들의 대응책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도 태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확산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취약국 리스크 이외에 몇 가지 다른 변수들도 있다. 첫 번째는 영국, 유럽, 일본 등 기타 선진국들의 통화정책과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어떻게 연동되느냐 하는 점이다. 2014년 영국이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를 유지했고,EU 역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IMF는 이 덕에 국제 금융시장의 긴축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연합뉴스 제공>

이와 같은 맥락으로 향후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신흥국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일본도 오히려 양적완화를 추가 확대한 상황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겹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각국의 통화정책이 자국의 자립적 성장세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를 늦춰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변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서 비관론적 투자자들이 과잉 반응을 보여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도피(capital flight)가 나타날 가능성이다. 이러한 형태의 금융시장 패닉은 신흥국 시장의 금융긴축을 가속화시키며 비관론자들의 소위 ‘자기완결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현실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다가올수록 패닉 변수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준이 ‘선제안내(forward guidance)’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뉴욕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마주했을 때 프랭크 루즈벨트 대통령의 “두려움 그 자체 이외에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 (nothing to fear but fear itself.)”라는 격언을 자주 사용한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 침체와 사상 초유의 경기 부양 정책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정책이 미칠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그 두려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되레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차분하게 연준의 정책 향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4년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남은 과제를 시행하면서 자립적인 경제 성장의 가능성 여부와 금융위기 이후 단행된 금융개혁의 실효성을 시험할 것이다. 또 이 같은 정책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연준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시의적절하고 균형 잡힌 정책으로 이끌어 가길 기대해 본다.

<출처: geralt@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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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병우 KOTRA 워싱턴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