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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08:05:55
왜 인간 눈에만 흰자위가 있나
2017. 11. 6. 13:46
타인의 시선을 쉽게 읽기 위한
소통 전략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bit.ly/2j6dnll
지난해 뉴욕주립대의 학부생 조근우 씨는 자폐증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약 94%의 정확도로 자폐증 어린이를 가려낼 수 있는 이 앱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학술회의에서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54초 정도면 자폐를 진단할 수 있는 앱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사진을 보여준 후 아이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하는 것. 자폐증이 있을 경우 그 같은 사진을 볼 때 일반인과 달리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자폐증을 지닌 아이들은 생후 2~6개월 사이에 타인의 눈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생후 6~10개월만 되어도 타인의 시선에 대한 뇌의 반응을 통해 그 아이가 36개월이 되었을 때 자폐아로 진단 받게 될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의 눈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매우 특별한 형태를 지닌다. 어떤 영장류보다도 옆으로 길게 찢어진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가장 넓은 흰자위, 즉 공막을 지니고 있다.
동물들이 흰자위가 뚜렷하지 않은 눈을 지닌 것은 바로 사냥 때문이다.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이는 눈동자는 외부에서 볼 때 그들이 정확히 어느 곳을 응시하고 있으며 또한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를 알아차리기 힘들어 대응하기도 그만큼 쉽지 않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
그럼 왜 인간은 눈동자에 흰자위를 지니고 있는 걸까. 그 이유 역시 사냥 때문이다. 다만 다른 영장류의 전략과는 달리 인간은 사냥할 때 시선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흰색의 공막 덕분에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흰자위가 많으면 다른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상대방이 어느 곳의 사냥감을 노리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흰자위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다. 즉, 인간에게 있어 눈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일종의 소통 창구인 셈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상대가 나에게 집중하기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때 운전자와 시선을 맞추면 그렇지 않은 때보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훨씬 더 부드럽게 제동함으로써 행인을 보호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같은 눈의 협력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먼저 유인원을 연구자들과 마주보게 한 후 연구자들에게 머리와 눈 등을 여러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다양한 행동을 취하게 한 것.
그리고 비디오카메라로 유인원이 그처럼 다양한 행동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유인원들은 연구자들이 가리키는 눈 방향보다 머리 방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한 살짜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 결과, 이와 전혀 달랐다. 유아들은 대부분 마주보고 있는 연구자들의 눈 방향에 주의를 기울였던 것. 즉, 인간은 유아 단계에서부터 상대의 눈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시력이 매우 낮음에도 눈을 선호한다. 실험에 의하면 아기들은 눈을 감은 얼굴보다 눈을 뜬 얼굴을 더 선호하며, 검은자위에 흰 홍채가 있는 이상한 눈보다 흰자위에 검은 홍채가 있는 인간의 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생후 7개월만 되어도 성인의 눈동자에서 감정을 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중세시대 여인,
독초 넣어 동공 크기 조절
진짜 사람 눈이 아니더라도 눈은 공감 효과를 발휘한다. 대학 휴게실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한 다음 셀프서비스로 양심껏 돈을 지불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자판기에는 사람의 눈 사진과 꽃 사진을 일주일 단위로 바꿔 붙였다. 그 결과 눈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가 꽃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은 연인들 간의 성적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남자와 여자 모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동공이 확대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성의 동공이 확대되었다는 걸 상대도 무의식적으로 지각한다는 점이다.
시카고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카드 헤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2개의 여자 사진으로 실험을 했다. 하나는 한 여자의 평상시 사진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동일 여성임에도 동공 크기만 살짝 더 크게 수정한 사진이었다. 육안으로는 언뜻 구분하기 힘든 차이였음에도 그 사진을 본 남성들은 거의 대부분 동공이 수정된 사진에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세시대 이탈리아의 고급 매춘부들이 벨라도나라는 식물 즙을 자신의 눈에 넣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벨라도나에는 부교감 신경 억제 성분이 있어 눈에 넣을 경우 동공이 살짝 풀리듯 커지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벨라도나가 독초였다는 점이다. 너무 자주 사용할 경우 시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를 사랑의 명약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대한 인간의 무의식적인 집착은 연인을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부모와 연인의 눈동자 색깔을 각각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자신의 어머니 눈동자 색깔과 같은 연인을, 그리고 여성들은 아버지 눈동자 색깔과 같은 연인을 사귀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 아기 때부터 소통의 창구로 익숙해진 눈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기 때문이리라.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이성규 객원기자
저작권자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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