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2022. 11. 4. 20:14Unavoidable

저자소개

남궁인

고려대 의대졸업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

 

 

지독한 하루

 

힘겨운 날은 예감이 있다. 유독 더 힘겹고 불행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 아침이었다. 의식이 떨어진 할아버지가 도착했다. 숨을 턱끝까지 몰아쉬는 할아버지는 누런 러닝셔츠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 언제부터 의식이 없습니까?" 같이 온 보호자가 대답했다. "어젯밤부터 숨차다고 하시긴 했는데, 오전에 더 심해지다가 의식까지 흐려지시기에 모시고 왔어요" 나는 급히 이마에 손을 대 보았다. 심부에서 나오는 깊은 열감이 느껴졌다. 청진기를 집어들고 폐 구석구석에 대 보았다. 오른쪽 호흡음이 유난히 뻑뻑하고 거칠어 기능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운 뒤 곧 동맥혈 분석 결과를 받아 들었다. 그것은 숫자에 불과했지만, 의사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심각하게 누적된 저산소증으로 숨을 있는 힘껏 쥐어짜도 목과 온몸을 죄어오는 느낌이 들다가, 이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져 의식이 가물거리는 비인간적인 과정이었다. 환자를 바라보았다. 온 흉부와 복부의 근육이 요동쳐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급하게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오른쪽 폐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어젯밤부터 증상이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급속도로 진행해서 급성 호흡부전까지 유발하는 악독한 폐렴이었다. 노인들에게 이 정도 폐렴이면 그자리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다. 아마 한 시간만 늦었어도 집에서 그대로 사망했을 것이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삽관을 결정했다. 원인균 파악을 위해 배양검사를 마치고 고농도 항생제를 투여했다.

나는 보호자를 불러 간단히 말했다. "악성폐렴입니다.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한 고비는 넘겼으니 지켜 보도록 합시다".

 

중략

 

카트가 하나 들어왔다. 의식저하로 발견된 90세 할머니였다. 90세라는 나이는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사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게 만든다. 할머니는 나이만큼이나 지긋한 몰골이었다. 온 몸이 뼈만 남은 채 피부가 늘어져 있었다. 질문에도 횡설수설하고, 손과 발을 심하게 떨었다. 심지어 같이 온 보호자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언제부터 이러시는 건가요?"

"원래부터 누워만 계셨고, 의식은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이 있을 때면 다 알아보고 대답도 하셨는데, 갑자기 이렇게 안 좋아지셨어요"

열은 없었다. 혈압도 맥박도 정상이었다. 혈당과 산소포화도도 정상이고 섭취한 약물도 없다. CT와 MRI 결과를 받았다. 나이탓에 뇌가 쪼그라들어 있지만, 우려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뇌수천자까지 했지만) 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아직도 손발을 격하게 떨며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한 없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있어, 정상적인 얼굴이 전혀 연상되지 않았다. 과연 이 상태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보호자를 불러 검사결과가 정상이어도 워낙 고령이니 섬망이나 치매로 의식이 오락가락 할 수 있다고 말 한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조금 지켜보라고 했다.

 

중략

 

그때 별안간 난동을 부리는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왔다. 차림새로 보아 일상생황을 하다 온 것 같았지만, 눈을 까 뒤집고 손발을 여기저기 비틀며 사방을 후려쳤다. 구급대원이 "집에 계시다 갑자기 쓰러져 이렇게 난동을 피운답니다". 혈압이 높고 왼쪽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했다. 뇌출혈 같았다.

환자를 눕히고 손발을 제압했다. 환자는 통증을 가하자 격하게 반응하고, 가만히 있을 때는 욕설이나 이해하지 못할 말을 내 뱉으며, 주먹을 쥐었다 온 힘을 다 해 쫙 펴는 동작을 비정상적으로 반복했다. CT결과 뇌출혈이 하얗고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었고, 출혈이 뇌와 뇌수를 반대쪽 두개골로 힘껏 밀어붙이고 있었다. 뇌가 눌리면 이처럼 도저히 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눌린 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썩기 시작한다. 나는 아직 어린 두 아들을 급히 불렀다.

"뇌출혈 입니다. 여기 보이시죠? 이게 머리 안에서 뇌를 누르고 있는 겁니다.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 그런데 뇌라는 것이 한 번 이렇게 압력을 받으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수술하지 않으면 거의 무조건 돌아가시고, 수술해도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에 얼마나 계실지, 얼마나 회복될지도 모릅니다. 당장 진행하겠습니다"

 

 

 

 

하, 이거 복.붙 안 돼서 100% 손으로 타이핑 함

 

근데 정문0 너 이 SOB, 너도 회복 안 될 거 알면서도, 보호자에게 온갖 희망을 줘서 최대한 많은 돈을 뽑아 내려고 한 거냐!

3주면 의사소통 된다고 하다가

금방 말 바꿔 3개월 걸린다고 하다가

나중엔 아 왜 회복이 안 되시지 이상하네 했던 SOB

그 3주,3개월,또 거기서 몇 달 더 흐르는 사이 보호자가 지쳐 희망을 잃기를 바란거냐 이 버러지 같은 SOB! 

희망고문, 쓸데 없는 개 헛 소리 때문에 , 안 해도 될 재활 하느라 고생하시고!! 안 달아도 될 pace maker 수술하게 만들고!!

손 닿기 제일 힘든 니 몸뚱아리 어딘가에 참기 힘든 가려움이 평생 따라 다니길 바란다 f*c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