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5. 14:42ㆍ한옥,기둥,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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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을 잘 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가끔은 화학적 이해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마감 부분에서 그런데, 좋은 예가 표백 그리고 수성/유성 마감재를 사용할 때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런 응용 예를 들어가며 화학의 기본 개념도 양념으로 넣어 정리해 볼까 합니다.
화학에 대한 회상
화학은 분자와 그들 사이의 상호 관계 그리고 변화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워낙 잡다한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골치 아파하는 과목이었죠. 그래서 시험 보고 나면 바로 다 까먹어 버리는, 즉 외우는 지식의 전형적 예라고 생각들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찬찬히 들여다보면 요지경 속이고, 인간 세상사 못지않게 분자들끼리 서로 치고 볶는 재미난 세계입니다. 여기서는 불법 없이 모든 분자들이 정확히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원리만 이해하면, 이 복잡한 물질세계를 대충 감을 잡고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변칙이 많은 인간사에 비해서는 너무 쉽습니다. 다만 입문자들이 마음을 약간 여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
옥살 산 (oxalic acid, oxalate라고도 함)
오늘의 주인공, 옥살 산입니다. 사람을 새로 알려면 이력서를 먼저 살펴보듯이, 어떤 분자를 이해하려면 그 구성 성분을 표시하는 화학기호를 한 5분쯤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좀 관록이 쌓이면 그렇게 하여도 그 분자의 반쯤은 이해됩니다 (약간 과장해서요...ㅎㅎ). 우선 중심에 탄소 (C)가 2개 보이시죠?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탄소로 구성된 분자는 주로 생명체에서 만들어지는 유기 물질이라고 했던 것 생각나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실제 옥살 산은 우리 몸에도 존재하고, 식물 등에 많아 우리가 늘 섭취 하고 있습니다.
탄소 주변을 살펴보면, 옥살 산은 산소 (O)가 4개 부착된 간단한 분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전체 괄호하고 2(-)라고 표시되어 있네요. 이것은 전기적으로 음성이고, 2개의 전자가 남아도는 정도의 전기를 띠고 있다는 말입니다.
칼슘 옥살레이트
그래서 주변에 양전기를 띄고 있는 물질이 있으면 바로 가서 붙어 버립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칼슘입니다. 칼슘은 물에 녹아 있으면, 2개의 전자가 빠져나가 버린 상태라 상당히 센 양전기를 가집니다. 이렇게 1개도 아니고 2개의 전기를 가진 분자들끼리 만났으니 엄청 세게 들러붙겠죠. 이 넘치는 전기력 때문에 1:1로 붙는 것 말고도 옆에서 노는 다른 칼슘이나 옥살레이트와도 전기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농도가 높아지면, 서로 뭉쳐 이쁜 칼슘 옥살레이트 결정이 생겨납니다.
이 두 개의 전하 때문에, 칼슘뿐 아니라 양전기를 띄고 있는 모든 미네랄 (광물) 들에도 붙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많은 광물이 물에 녹으면 양전기 상태로 존재). 그래서 몸에 옥살 산이 많이 있으면 미네랄 결핍 증세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몸과 옥살 산
시금치 등 옥살 산을 많이 가진 음식이 꽤 많습니다. 모든 생명체 그리고 당연히 식물에서도 옥살 산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이런 음식을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신장결석이 있으면 주의해야 합니다.
신장 결석이 바로 칼슘 옥살레이트인데, 위에서 말한대로 칼슘과 옥살 산이 워낙 결합력이 강해 결정을 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수 밀리의 작은 사이즈 결정만 만들어져 있어도, 작은 혈관이 많이 분포된 신장에서는 배출이 안되고 조직에 박혀 출혈이 생기기도 하고 통증을 유발합니다. 통증 중에 신장 결석만큼 아픈 것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신장결석 환자들은 옥살 산에 대해 처음 들어 보았을 것이고, 그 식구들도 옥살 산 많이 들어간 저 음식들을 점점 못 먹게 됩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신장 결석 없는 내가 왜 옥살 산에 대해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분들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 옥살 산이 목공에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목공과 옥살 산
나무로 된 가구를 쓰다 보면, 또는 만드는 과정에서도 표면이 검게 되는 경우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흔한 경우로는 나무에 있는 탄닌 성분이 철과 만나면, 검은색의 산화철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용하여 나무를 검게 하는 에보나이징 기법도 흔히 쓰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원하지 않는데, 의도치 않게 이런 검은 스테인이 군데군데 나타나면 보기 싫죠.
한국 가정이 소독을 수 십년 책임져 준 유한락스 ^^
그걸 제거하는 가장 간단한 기법은 가정용 표백제 사용입니다. 검은 부분이 많이 제거되는데, 문제는 나무 색깔도 상당히 표백되어 버립니다.
더 좋은 방법은 옥살 산입니다. 이 파우더는 포장되기도 하고, 우드 블리치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이 옥살 산은 화학적으로 보아 약한 산입니다. (오늘의 밑 줄 ㅎㅎ) 그래서 표백 효과가 아주 크지 않고, 위에서 이야기한 산화철을 환원시킬 정도는 됩니다. 그래서 나무색 기본은 유지하고 스테인만 제거하는 효과를 냅니다.
옥살 산을 이용한 스테인 제거, Before and After
이 방법을 쓰면, 여분의 옥살 산이 추후 말라 표면에 남습니다. 그것을 제거하려면 약한 알칼리인 베이킹 소다나 가정에서 쓰는 암모니아로 중성화 시켜 주면 됩니다. 산과 알칼리를 섞으면 중성화되는 것 희미하게 생각나실 것입니다. 산이나 알칼리나 남아 있으면 별로입니다. 음식에 묻어 몸에 들어오면 좋지 않고, 나무에 남아 무슨 짓을 할지 모르죠. 이 옥살 산 표백에 대해서는 Popular woodworking 참조했는데, 거기서 내려오는 잘못된 전통을 하나 지적하고 넘어갑니다. 식초를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식초도 일종의 산이므로 같은 산인 옥살 산을 중성화 시킬 수 없겠죠.
(왼쪽) 이액형 표백제, (오른쪽) 상단: 가정용 표백제 = 락스, 증간: 이액 표백제, 하단: 무처리 상태
또 하나의 방법으로 2액 표백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일전 나무 미백 글에서 설명한 수산화칼륨과 하이드로젠 퍼록사이드를 각각 담아 놓은 것입니다. 농도를 적당히 낮춰 준 제품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나무가 완전히 하얗게 되지 않고 스테인 위주로 제거할 수도 있게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에필로그
솔직히 저도 저 Wood bleach 제품이 옥살산인 줄 이번 정리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 제품이 왜 락스와 달리 나무 원색은 살리면서 스테인만 더 선택적으로 제거하는지, 그래서 목공에서 많이 쓰이는지 몰랐었네요. 그 내역이 옥살 산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약산의 화학적 성질에 비추어 작용 원리를 바로 알 겠더라고요. 참, 옥살 산은 한국말로 '수산 (蓚酸)'이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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