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3. "현명하면서 나태한 장교가 최고 지휘관 감이다"

2022. 10. 15. 14:59Educ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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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폰 함머스테인 "현명하면서 나태한 장교가 최고 지휘관 감이다" 

 메이저 국가들 / 2차세계대전 

2016. 5.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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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가지 인재상"이라 하여, 첫째로 유능하면서 게으른 사람, 두번째 유능하면서 부지런한 사람, 세번째 멍청하면서 게으른 사람, 네번째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서 첫번째가 지도자 감이고 네번째가 가장 위험하다는 격언이 있죠.

 

자기 계발서에서 흔히 인용되는 문구인데, 이 말을 한 사람이 몽고메리 원수이니, 만슈타인이니, 패튼이니 책마다 중구난방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국방군 병참감과 통수부장을 지낸 쿠르트 폰 함머스테인-에쿠오르트 상급대장(Kurt von Hammerstein-Equord, 1878~1943) 상급대장이 1933년에 지휘교범(manual on military unit command, Truppenführung)이라는 책에서 쓴 문구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이 워낙 인상적이다보니 인용한 것이죠.

 

"I divide my officers into four classes; the clever, the lazy, the industrious, and the stupid. Most often two of these qualities come together. The officers who are clever and industrious are fitted for the highest staff appointments. Those who are stupid and lazy make up around 90% of every army in the world, and they can be used for routine work. The man who is clever and lazy however is for the very highest command; he has the temperament and nerves to deal with all situations. But whoever is stupid and industrious is a menace and must be removed immediately!"

"나는 내 장교들을 영리하고, 게으르고, 근면하고, 멍청한 네 부류로 나눈다. 대부분은 이 중에서 두 가지 특성을 가진다. 영리하고 근면한 장교는 최고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놈들은 전 세계 모든 군대의 90%를 차지하는데, 그들은 정해진 일이나 시키는데 걸맞다. 영리하고 게으른 녀석들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최고 지휘관으로 좋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놈들은 위험한 존재이므로 반드시 즉각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영리하고 게으른"이라는 뜻은, 정말로 게으름뱅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면서 독선적이지 않고 적당한 융통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게으름뱅이가 아무리 때때로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준들 조직에서 어디다 쓰겠습니까. 그가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스템 속에서 어느 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함에 있습니다.

우선 그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아야 하는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기술적 변화와 전례없는 군의 비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고 방식과 교리는 기본적으로 프리드리히 대왕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조직보다는 리더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권한이 몇몇 리더에게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슐리펜, 소 몰트케, 루덴도르프로, 이들의 뛰어난 지성과 작전적, 전술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전선에 대한 대규모 전략을 종합적으로 지휘하는데에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었고 이들의 독선적인 리더쉽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된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일부 지휘관들은 패배의 원인을 독일군이 근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던 시스템적인 부조리함과 모순에서 찾았으나, 프로이센의 귀족 출신들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던 독일군 주류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고스란히 저질렀습니다. 그럼에도 만슈타인, 구데리안, 할더, 롬멜 등 주요 장군들은 패전 이후 회고록에서 자신들의 눈부신 전공을 강조하면서 "뛰어난 독일 군대가 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패망했다"라고 모든 책임을 히틀러의 잘못으로만 몰아버렸고, 서구 학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보편적인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히틀러의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던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런 점에서는 독일군 장군들 역시 실상 히틀러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도 신이 아닌 이상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고 제각각의 역할을 할 때 가장 잘 돌아갑니다. 리더는 책상 앞에 앉아서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기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참모들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에게 일부 권한을 넘기고 자신은 이들이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팀워크를 유지하는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타인과 권한과 책무를 나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스스로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기가 주도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선적으로 행동하고 지속적으로 간섭하고 개입하려 듭니다. 게다가 조직내에서 이런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끝없이 소모적인 논쟁과 책임 소재만 따지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여 오히려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해 버리게 됩니다. 이를 아폴로 신드롬(Apollo syndrome)이라고 하죠.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같은 거의 대부분의 범용한 사람들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또는 멍청하면서 게으릅니다.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이유는 자신이 멍청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히려 남들보다 영리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리하고 게으른 사람은 세상에서 흔치 않습니다. 이는 뛰어난 지적 역량 외에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데 인간의 본성 상 그런 대인배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성공에 쉽게 자만하고 자아도취에 빠져들어 결국에는 몰락합니다. 나폴레옹도 그 자만이 자신을 망치고 말았죠. 냉철한 절제와 겸손은 오직 끝없는 자기 성찰로 가능합니다.

영리하고 게으른 사람의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국공내전기의 마오쩌둥입니다. 그는 자신이 결코 뛰어난 야전지휘관도, 행정가도, 외교관도 아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 추진계획은 저우언라이와 주더 등 다른 사람들에게 맡김으로서 최대한의 권한과 책무를 인정하였습니다. 자신은 오직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였습니다.

반면, 이 시기의 장제스는 그야말로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케이스인데 끊임없이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들었고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오랜 측근이었던 진포뢰조차 지나친 간섭이 되려 일을 망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고 장제스가 격분하자 결국 자살했습니다. 장제스의 사상적 스승이었던 후스도 장제스에게 권한을 남과 나누던가, 그렇지 않으면 정계에서 물러나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국공내전의 승패를 갈랐습니다.

그러나 마오쩌둥 역시 옥좌에 오른 뒤에는 장제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습니다. 자신의 업적에 자만한 나머지, 인민공사 창설, 대약진운동 전개 등 욕심만 앞세워 무리한 치적에 매달리다 참담하게 실패로 끝납니다. 이 시기의 마오쩌둥은 장제스와 마찬가지로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인간이 된 것이죠. 그는 신중한 고민 없이 매사 즉흥적으로 말을 내밷기 일쑤였고 주변의 충고를 막았습니다. 측근들은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거짓보고를 하거나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했습니다. 그의 독선적인 행동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엄청난 상처만 남겼습니다.

 

흔히 "영리하면서 게으른 상"이라고 하면 은하영웅전설의 주인공 양웬리를 꼽는데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 특성상 도저히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캐릭터인지라. 진정한 의미에서 "머리 좋고 게으른 표본"이기는 하지만 너무 게으르다보니 이런 사람은 출세는 고사하고 보통은 배척당하여 조직에서 쫓겨나기 일쑤이죠. 함머스테인이 말하는 "게으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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