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3. 괴물 블랙홀이 존재할까?

2022. 10. 20. 22:22수학,과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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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09:41:01


괴물 블랙홀이 존재할까?

LB-1 블랙홀의 질량 계산에 오류 가능성

 

         
 

지난해 11월 27일 중국 국립천문대의 류지펑 교수 연구팀은 우리 은하계에서 “태양 질량의 70배나 되는 괴물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LB-1’으로 명명된 이 블랙홀 쌍성은 기존 이론에서 예측한 것보다 3배가량 더 커서 천문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류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직후 반박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12월 12일 우주전문매체인 ‘스페이스닷컴’은 출판 전 논문을 수집하는 ‘아카이브(arXiv)’에 발표된 3건의 논문을 인용해서 LB-1 블랙홀의 질량 계산이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를 올렸다.

LB-1은 블랙홀과 항성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 © YU Jingchuan, Beijing Planetarium

현재까지 발견된 블랙홀은 ‘초거대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과 ‘항성 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로 구분이 된다. 초거대 블랙홀은 각 은하의 중심부에 최소한 한 개 이상 존재한다고 여겨지며 태양 질량의 100만~수백억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성 진화 모델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로 생성되는 항성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5~24배 사이가 되어야 하며 이보다 큰 것은 여러 블랙홀이 흡수 합병을 거쳐야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LB-1 이전에 은하계 내에서 발견한 모든 항성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20배가 채 안 되었으며, 2015년 중력파 검출로 13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각각 태양의 36배, 29배로 추정되는 블랙홀이 충돌한 것을 관측한 사례가 있다.

만약 LB-1이 태양의 70배 규모라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태양 질량의 100~10만 배인 ‘중간 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의 신비를 푸는 데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젊고 별이 풍부한 원시 은하의 중심부에 생성된 초거대 블랙홀(가운데 검은 원) 상상도. © NASA / JPL-Caltech

항성 블랙홀은 발견하기 어려워

우리 은하계에는 약 1000만 개에서 10억 개의 항성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인된 숫자는 고작 20여 개에 불과하다. 블랙홀은 스스로 빛을 발산하지 않아서 발견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성 블랙홀은 가까운 거리의 동반성이 배출한 가스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강력한 X선을 관측해서 식별한다. 지금까지 발견한 블랙홀들이 대부분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 이유다.

LB-1의 경우에는 동반성이 있지만, 비교적 먼 거리를 돌고 있어서 가스 흡수를 통한 X선 방출을 관찰하지 못한다. 류 교수는 ‘H알파(Hα) 방출선’으로 알려진 적색 스펙트럼의 움직임에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LB-1을 관찰했다. 이때 방출선이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여 계산한 결과, 태양의 70배 질량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작은 블랙홀일 가능성 있어

지난해 12월 9일 아카이브에 반박 논문을 올린 UC 버클리 천문학과의 엘리엇 쿼타어트(Eliot Quataert) 교수 연구팀은 “블랙홀과 동반성이 같은 속도로 가속을 하고 있다면 같은 질량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한쪽이 더 느리게 가속하면 훨씬 무겁다는 뜻이다”라면서 류지펑 연구팀이 H알파 방출선의 ‘방사형 속도 변동성’에 기인해서 블랙홀의 속도와 질량을 계산한 점을 지적했다.

류 교수는 H알파 방출선이 흔들리면서 움직이는 현상을 놓고 블랙홀이 동반성보다 훨씬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에 버클리 연구팀은 동일한 관측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류 교수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숨겨진 H알파 흡수선’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흡수선이 방출선 위에 정렬되어 착각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벨기에와 뉴질랜드 연구팀의 또 다른 아카이브 논문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데이터 분석에 흡수선을 적용하면 실제로는 방출선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5~20배 사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오하이오 주립대 천문학과의 토드 톰슨(Todd Thompson) 교수는 “만약 방출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LB-1의 동반성이 관측한 것보다 훨씬 무겁거나, 블랙홀이 평균 크기에 불과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SO 243-49 은하의 HLX-1(가운데 동그라미)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유력한 중간 질량 블랙홀 후보다. © NASA / ESA / University of Sydney

중간 질량 블랙홀은 어디에 있나?

블랙홀 연구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중간 질량 블랙홀’의 존재 여부다. 인류가 발견한 블랙홀은 전혀 다른 규모의 두 종류, 초거대 블랙홀과 항성 질량 블랙홀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범위의 블랙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원시 우주의 조밀한 은하 중심부에서 수많은 초신성이 폭발하여 만들어진 블랙홀들이 합쳐졌거나, 빅뱅 초기에 성간 물질이 응축되면서 거대 블랙홀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거대 블랙홀은 분명히 처음에 씨앗이 되는 블랙홀이 있었어야 한다. 그 씨앗으로 여겨지는 중간 질량 블랙홀을 찾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오랜 숙제다.

초거대 블랙홀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가설도 여러 가지다. 블랙홀은 서로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다. 작은 항성 블랙홀들이 모여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되고, 다시 중간 질량 블랙홀들이 계속 합쳐져서 초거대 블랙홀이 되었다는 가설이 그나마 유력하다. 그 과정에서 모든 중간 질량 블랙홀이 병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설의 문제점은 천문학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의 이고르 칠링게리언(Igor Chilingarian) 박사는 “블랙홀이 태양의 50배 질량에서 시작한다면 10억 년 동안에 10억 배로 자랄 수는 없다. 그러나 우주가 형성된 후 10억 년이 지나지 않아서 초거대 블랙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LB-1은 항성 질량 블랙홀과 중간 질량 블랙홀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라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