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제균치료,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 있어

2023. 6. 1. 17:04건강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 있어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5.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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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 연구발표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김상빈 전문의, 순환기내과 황인창 교수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회 박동하며 신체에 혈액을 공급한다. 심장활동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심장근육 자체도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심장근육에 혈액을 전달하는 세 가닥의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관상동맥은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에 의해 손상되고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동맥경화가 진행돼 혈관 내경이 크게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심장에 심각한 질환을 초래한다.

이처럼 관상동맥이 대부분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할 때 ‘심근경색’, 혈액의 흐름이 저해되며 흉통을 느끼면 ‘협심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상동맥질환은 우리나라에서는 암에 이어 주요 사망원인 2위이며 세계적으로는 가장 흔한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소화기내과 김상빈 전문의, 순환기내과 황인창 교수)이 위암, 위궤양 등 위장관질환의 대표적 예방 및 치료법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or pylori) 제균치료가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각종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규명해 온 바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에 따라 다른 연령대에서 심장질환의 예방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을 받은 760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4765명에 대해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3783명)와 제균하지 않은 환자(982명)의 관상동맥질환의 누적 발병 유무를 장기간 추적관찰 했다. 두 그룹은 연령, 성별, 음주량, 흡연 여부, 당뇨병, 고혈압, 아스피린 섭취량 등의 차이가 없어 정확한 비교가 가능했다.

65세 이하 남성(왼쪽)과 65세 이하 여성(오른쪽)의 제균치료 후 관상동맥질환 미발생 추이. 헬리코박터 제균그룹(파란색)에서 관상동맥질환이 없을 확률이 비제균그룹(붉은색)보다 높다.

연구결과, 남녀 모두에서 제균치료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이 박멸된 환자들의 관상동맥질환 누적 발병률이 비제균그룹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예방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남녀 차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비교적 낮은 65세 이하 남성이나 65세 이상 여성에서 제균치료로 인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그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콜레스테롤 수치나 당화혈색소(HbA1c)가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한 데 이어 대사질환으로부터 유발되는 중증심혈관질환의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규명해 의미가 깊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최근 전신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비롯해 지질대사의 장애를 유발하고 혈관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험·다빈도 질환인 위암, 심근경색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규명된 만큼 감염이 확인된다면 제균치료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Helicobacter)’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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