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 먼저 오면서 다른 어깨질환이 동반되기 보다는

2023. 7. 18. 16:40건강

3040도 괴롭히는 오십견, 충분한 휴식·스트레칭 필요

잦은 스마트폰 사용 등 원인인 듯… 30·40대 환자 5년 새 50% 증가

입력 2020-06-01 20:33

프로그래머인 김모(41)씨는 몇 달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려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반복되는 근육통이려니 하고 참고 지냈다. 통증이 점점 심해져 팔을 올리기조차 힘들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 되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었다. 40대 초반인 그로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50대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 오십견이 근래 젊은층으로 확산돼 사십견, 삽십견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년 70만명 가량이 오십견으로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엔 78만3084명이 진료받았다. 이 가운데 40대(10만5240명) 30대(2만141명) 20대(7347명)가 전체의 17.1%를 차지했다. 50대 이상(82.7%)에 비하면 적은 수치이지만 최근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있는 추세다.

 
실제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기관인 바른세상병원이 2015~2019년 오십견으로 내원한 4만4726명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30·40대 환자 수는 2015년(1898명)과 비교해 지난해(2843명)에 50%가량 증가했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낭(주머니)이 오그라들어 생기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노화에 따른 어깨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알려져 있다. 오십견 환자들이 가장 피하는 자세는 팔을 뒤로 돌리는 것이다. 뒷짐을 지는 게 힘들어지고 남성은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서 앞으로 옮긴다. 여성은 브래지어를 입을 때 어깨통증이 심해진다.

젊은 오십견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등 정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현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깨를 많이 움직이지 않아 관절낭이 굳으면서 오십견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거나 운동 중 어깨를 다치는 경우에도 잘 발병한다.

바른세상병원 정구황(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30·40대의 경우 컴퓨터 업무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경직된 자세로 오랜 시간 어깨를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한창 때 생각을 하며 격한 운동으로 어깨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해 예상 보다 빨리 어깨에 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0대 이하 오십견 환자 중에서는 남성이, 50대 이상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다. 남성의 경우 어깨에 무리가 가는 직업이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젊은층에서, 여성은 반복적인 가사 노동으로 서서히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발병하기 때문에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많다.

오십견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는 1차성 오십견과 특정 질병이나 외상이 동반돼 생기는 2차성 오십견으로 나뉜다. 1차성 오십견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수 개월 이내에 저절로 치유될 수 있지만 자연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연 치유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50대 이후엔 어깨 관절의 석회성 건염(어깨 힘줄에 칼슘성 하얀 가루가 쌓여 염증을 일으킴), 어깨충돌증후군(어깨 힘줄이 뼈와 부딪혀 통증 유발), 회전근개 파열(어깨 힘줄이 끊어짐) 등이 동반되는 2차성 오십견인 경우가 많다.
 
 
 
오십견이 먼저 오면서 다른 어깨질환이 동반되기 보다 해당 어깨질환으로 인해 관절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 오십견이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30·40대는 어깨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오십견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1차성 오십견이 대부분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인 경우 꾸준한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소염 진통제나 물리·도수 치료를 병행하면 좋아진다. 증상이 심하면 주사 치료를 통해 빠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보존적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관절내시경 치료를 통해 염증을 없애고 줄어든 관절낭을 넓혀주는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 원장은 “젊은층은 어깨 통증이 발생해도 근육통으로 치부하고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상태를 완치된 줄 알고 치료를 지속하지 않아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면서 “충분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추후 어깨 관절 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진 이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오십견은 치료 단계가 있다. 통증부터 치료해야 한다. 일단 아픈 증상이 낫는 게 우선이다. 통증이 적어도 80%는 없어졌을 때 운동해야 효과적이며 스트레칭이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오십견 예방을 위해선 어깨 운동을 할 때 바른 자세를 지키며 운동량을 과하게 늘리지 않아야 한다. 팔굽혀펴기를 할 때는 팔 간격을 어깨 넓이보다 조금 좁게 하는 게 좋다. 볼링 배드민턴 골프 등 상체를 많이 쓰는 운동 전에는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서 어깨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