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양자역학-물리량의-양자화

2022. 10. 10. 12:39수학,과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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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4 15:50:48


 

 

 

 

눈에는 연속된 물질처럼 보이는 물과 같이 매끄러운 물질도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학교에서 화학과 물리를 공부한 사람은 누구나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20세기가 시작되던 1900년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에너지, 운동량과 같은 물리량도 연속된 양이 아니라 띄엄띄엄한 값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뉴턴역학을 기초로 하는 고전 물리학에서는 에너지, 운동량, 속도와 같은 물리량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물질과는 달리 연속적인 양이라고 생각해왔다. 정지한 물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속도가 증가하면서 운동에너지도 증가한다. 이 때 우리는 에너지가 0에서부터 연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에너지도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덩어리로 주고받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에너지도 이 덩어리의 정수배로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덩어리의 크기가 10이라면 물체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10, 20, 30 40 … 이런 값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 덩어리를 에너지 양자라고 부르고 에너지가 이렇게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 있으면 에너지와 관계된 다른 물리량들도 양자화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것은 에너지의 덩어리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물리량이 양자화 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연속된 물리량만을 취급할 수 있는 뉴턴역학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뉴턴역학이 띄엄띄엄한 물리량을 다룰 수 없다면 이런 물리량을 다루는 새로운 물리학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19세기 물리학자들을 괴롭힌 문제 중에 흑체복사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물체들이 빛을 내기 때문이다. 물체들이 내는 빛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오는 빛을 반사하는 빛이고 하나는 스스로 내는 빛이다. 
 
흑체란 외부에서 오는 빛을 모두 흡수하고 반사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검은 물체는 빛을 가장 작게 반사하므로 이런 물체를 완전한 흡수체라는 의미에서 흑체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검은 물체도 일부의 빛을 반사하므로 완전한 흡수체는 아니다.
 
완전한 흡수체인 흑체에서는 반사광이 나오지 않으므로 흑체에서 나오는 빛은 스스로 내는 빛뿐이다. 19세기 과학자들은 흑체가 내는 빛의 파장과 세기가 물체의 온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이것이 흑체복사의 문제였다. 우리는 일상경험을 통해 온도가 낮은 물체는 붉은색 빛을 내고 온도가 높아지면 푸른색 계통의 빛을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낮은 온도에서는 붉은 빛의 세기가 강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푸른빛의 세기가 강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흑체복사의 문제란 물체의 온도에 따라 왜 다른 색깔의 빛이 나오는지를 설명하는 문제였다.

 

빈(Wilhelm Wien, 1864~1928), 레일리(John William Strutt Rayleigh, 1842~1919), 진즈(James Hopwood Jeans, 1877~1946)와 같은 많은 학자들이 흑체복사의 문제를 고전 물리학을 이용하여 설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고전 물리학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체복사 문제를 양자화 가설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858~1947)였다. 플랑크는 양자 이론의 창시자이며 20세기 물리학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플랑크는 1858년에 독일의 킬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던 1867년에 플랑크 가족은 뮌헨으로 이사를 했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플랑크는 음악에서 뛰어난 소질을 보였지만 음악 대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상담했던 뮌헨대학의 물리학 교수 졸리(Phillip von Jolly)는 플랑크에게 “물리학 분야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발견되어 이제 남은 것은 몇 개의 사소한 구멍들을 메우는 일뿐이다.”라고 말하며 물리학을 공부하지 말도록 권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플랑크는 “저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알려진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물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플랑크는 그의 소박한 바램과는 달리 양자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의 기초를 놓았다.

  

 

 

플랑크가 흑체복사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894년부터라고 전해진다. 당시 그는 전기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최소의 에너지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전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흑체가 내는 전자기파의 세기가 파장에 따라 그리고 물체의 온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흑체복사의 문제는 1859년에 키르히호프(Kirchhoff )가 이미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실험적으로만 다루었을 뿐 이론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빈(Wilhelm Wien)은 실험을 통해 빈의 법칙을 제시했지만 이 법칙은 높은 진동수의 전자기파에는 잘 들어맞았지만 낮은 진동수에서는 잘 맞지 않았다.

 

 

레일리(Rayleigh)와 진즈(Jeans)가 전자기파의 이론을 이용하여 분석한 레일리-진즈의 법칙은 진동수가 큰 전자기파에서는 전혀 맞지 않았다. 플랑크는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 있다는 가설을 레일리-진즈의 법칙에 적용하여 흑체복사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그 결과를 1900년 12월 14일 독일 물리학회(DPG)에서 발표했다. 에너지를 비롯한 물리량이 양자화 되어 있다는 양자화 가설이 흑체복사문제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플랑크가 제안한 새로운 이론의 핵심은 전자기파의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는 임의의 작은 양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식을 이용하여 나타내면 진동수가 ν인 전자기파의 에너지는 hν라는 에너지 덩어리로만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로 6.6×10-34J‧sec 이다. 플랑크는 이 이론으로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플랑크는 후에 양자 가설을 제안할 때 에너지 양자 즉 에너지 덩어리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양자화 가설은 순수하게 형식적인 가설이었으며,  (중략) 이에 대해 심각하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자화 가설은 고전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양자물리학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이것은 또한 플랑크의 과학적 업적 중에서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플랑크는 양자화 가설은 물론 양자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양자물리학을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보수적이었던 그는 양자화 가설을 이용하여 흑체복사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에너지 덩어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양자가설을 고전물리학의 틀 안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양자 물리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양자물리학의 기초를 마련했던 플랑크가 양자물리학을 싫어했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양자 역학의 기초를 놓은 플랑크 뿐만 아니라 양자 역학의 성립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도 양자역학을 반대하는 역설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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