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0. 14:02ㆍ수학,과학,공학
내 아이가 볼 만한
2009-07-24 15:57:45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사과로부터 폭군에 맞서 싸운 윌리엄 텔의 사과, 그리고 인류의 과학을 한 걸음 진보시킨 뉴턴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는 사과가 많이 등장한다. 사과는 그리스신화 속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비극적인 사과는 트로이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일명 ‘불화의 사과’이다. 그리고 이 ‘불화의 사과’는 수학에도 등장한다. 수학에서의 ‘불화의 사과’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화의 사과’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와 인간인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초대되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딱 한 신만이 초대받지 못했다. 바로 불화의 여신 에리스였다. 사실 누가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을 초대하고 싶겠는가? 어째든 무시당한 것으로 생각한 불화의 여신은 결혼 선물을 들고 화가 난 얼굴로 결혼식에 나타났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에리스의 눈길이 올림포스 최고의 세 여신인 헤라, 아테나 그리고 아프로디테에게 멎었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에리스는 그들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가져온 선물을 슬쩍 놓고 그곳을 떠났다. 그것은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사과였는데, 순간 식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 에리스가 다녀간 것을 알았고 무언가 흉측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 황금사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
신화 속에 나오는 ‘불화의 사과’라는 이름을 얻은 수학에서의 ‘불화의 사과’는 바로 파스칼에 의하여 많은 성질들이 밝혀진 ‘사이클로이드’이다. 사이클로이드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책 중 하나는 1501년에 출판된 찰스 보벨리(Charles Bouvelles)의 책이지만 갈릴레오, 파스칼, 토리첼리, 데카르트, 페르마, 월리스, 호이겐스, 요한 베르누이, 뉴턴, 라이프니츠와 같은 뛰어난 수학자들이 사이클로이드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당시 수학자들은 힘과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는 수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 이루어진 많은 발견들에 관해 누가 무엇을 처음 발견했는가 하는 논쟁과 표절을 둘러싼 비난 그리고 상대의 공적을 깎아 내리는 일까지 빈번히 생겼다. 그래서 사이클로이드에는 ‘불화의 사과’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이 문제에 심취했던 파스칼은 1658년 치통으로 고생하던 중에 기하학적인 착상이 떠오르고, 그 때 마침 치통이 사라져 신의 계시라고 여기고 8일 동안의 연구로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에 대한 완벽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파스칼에게 있어서 마지막 수학적 문제였다. |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적당한 반지름을 갖는 원 위에 한 점을 찍고, 그 원을 한 직선 위에서 굴렸을 때 점이 그리며 나아가는 곡선이다. 이 곡선은 수학과 물리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초기 미분적분학의 개발에 크게 도움을 준 곡선이다. 특히, 갈릴레오는 맨 처음 이 곡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다리의 아치를 이 곡선을 이용하여 만들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림에서 각 원은 반지름이 a인 원이 ¼회전한 상태이며 P1은 출발전, P2는 P1에서 ¼회전한 후에 사이클로이드와 만나는 점, P3는 P2에서 ¼회전한 후에 사이클로이드와 만나는 점, P4는 P3에서 ¼회전한 후에 사이클로이드와 만나는 점, P5는 P4에서 ¼회전한 후에 사이클로이드와 만나는 점으로 원이 완전히 한 바퀴 돌고 난 후의 점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P1에서 P2까지의 거리는 P2에서 P3까지의 거리보다 짧다. 즉, 원의 이동속도는 같은 시간에 더 멀리 가야하므로 P1에서 P2까지 이동하는 속도보다 P2에서 P3까지 이동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증명을 하려면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면 되는데, 상세한 내용에 관심이 있으면 자료(원문,번역)를 참고하라.
사이클로이드에는 기차와 관련된 일명 ‘기차의 패러독스’라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기차가 달릴 때, 이 기차의 모든 부분이 기차가 달리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차의 일부는 매 순간마다 기차가 달리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얼핏 생각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기차가 앞으로 달린다면 기차에 탄 사람뿐만 아니라 기차의 모든 부분이 함께 앞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패러독스는 엄연한 사실이며 사이클로이드를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그 전에 먼저 기차의 바퀴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보자(전철도 마찬가지이다).
윗 그림을 보자. 선로 위를 회전하는 기차 바퀴의 안쪽에 놓인 점 P1이 그리는 곡선은 P2를 지나 P3로 이어지는 사이클로이드이다. 반면 바깥쪽에 놓인 한 점 Q1은 Q2를 지나 Q3로 이어지며 사이클로이드보다 긴 곡선이 된다. 그래서 이 곡선을 ‘긴 사이클로이드’(굵은 곡선으로 된 부분)라고 부른다. 이 그림을 보면 기차 바퀴의 일부분은 기차가 앞으로 진행할 때, 밑 부분에서 기차의 진행방향과는 반대인 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클로이드를 여기저기에 이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기와이다. 우리나라의 기와를 보면 우묵한 곡선 모양으로 되어 있다. 기와가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즉, 빗물이 가능한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서 빨리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기와의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든 것이다. 사이클로이드는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단강하선’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동물들도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나 매가 땅위에 있는 들쥐나 토끼를 잡을 때 직선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비행을 한다. 한갓 동물들도 수학적 사실을 활용하고 있으니 수학은 역시 대단한 학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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